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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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세모(歲暮)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1-06

지난 12월 23일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는 연휴에 빨간 넥타이를 맨 노인 한분이 자신의 집 앞에서 보좌관이 이끄는 휠체어 위에 앉아있는 사진이 다음날 조간(朝刊)인 워싱턴 포스트 1면에 크게 실렸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92세의 나이로 상원에서 가장 연장자인 버드(Robert C. Byrd)의원이었습니다. 그는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상원의원으로서 1959년부터 지금까지 50년간 상원에서 막강한 행사를 해온 분입니다. 그가 최근에 예산집행위원회(Appropriation Committee)의 위원장직을 다른 의원에게 양보하면서 현재는 평의원으로 의회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100세로 타계한 떠몬드(James Strom Thurmond)의원이 49년간의 상원의원직을 하면서 기록을 세웠는데, 지금은 이 버드 상원의원이 최고령자로서 가장 긴 의정생활의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이 버드의원이 추운 겨울 아침에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등원(登院)한 이유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정치생명을 걸고 수 십 년 동안 정체되어 왔던 국민건강보험개혁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야당인 공화당에서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진행방해)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의석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등원한 것이며, 그 다음날에는 폭설로 뒤덮인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7시 전에 등원하여 이 국민건강보험개혁안에 자기의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눈 덮인 크리스마스이브(12월24일) 아침 7시 정각에 이 버드의원을 비롯해서 모든 상원의원 전원(全員) 100명과 상원의장인 바이든 부통령이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 투표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민주당 의원 58명 전원과 민주당 성향이 있는 무소속의원 두 명 합쳐서 60명이 이 개혁안에 가(Aye)함으로써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의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제적 60표가 필요한데, 버드 의원을 위시해서 모든 상원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그들의 의무와 책임을 행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저의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의장인 부통령은 타이 브레이커(tie breaker)로서 동수(同數) 일 때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그의 투표권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건보개혁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은 하원에서 통과한 안(bill)이 상원에서 통과된 안과 내용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하양원에서 조율작업을 거쳐 하나의 안(案)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제가를 받아야 국민건강보험개혁안이 발효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연두교서연설이 있는 1월 말 전에 이 법을 발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는 이 건강보험개혁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만 같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중에도 출신주민의 반대로 이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의원이 여러 명 있는 실정이어서 민주당 지도자들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의원들은 조만간 백악관으로 초대되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건강보험개혁은 얼마 전 타계한 테드 케네디가 심혈을 기울여 오랫동안 주창(主唱)해 오던 것이었으며 1912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Universal Coverage)이 있어야 한다고 주창한 이후 7명이나 되는 대통령들이 노력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던 법안입니다. 이 법이 발효되면 96%의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며 의료관광을 유치하려는 우리나라에도 간접적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케네디 미망인(Victoria Kennedy)도 새벽 추운 이른 아침에 나와 방청석에서 증인(witness)으로 초대받아 이 투표과정을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며 찬성표를 던진 상원의원들이 케네디 미망인을 찾아가 축하의 악수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는 스미스(Charles Smith)라는 뉴저지 출신 하원의원은 David Goldman이라는 지역주민의 부인이 아들만 데리고 브라질로 가서 그곳에서 살다가 죽었는데, 미국에 사는 Goldman이 자기 친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브라질 법정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번에 이 스미스의원은 Goldman을 위해 직접 브라질까지 가서 그의 의무와 책임을 완수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처럼 미국 국회의원들의 의무감과 책임감 넘치는 의정활동을 보면서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하는 의정생활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당론(黨論)에 매달려 국민을 위한 그들의 의무와 책임을 뒤로하고 여야 서로가 갑론을박(甲論乙駁)만하고 소수당은 의장단상을 점거하는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국회의정일정에 차질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의원들이 이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을뿐더러 장외(場外)에 나가 데모하는 사람들과 합세하는 일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이들은 법을 매우 존중합니다.

새해 첫 "로버트 김의 편지"가 여러분들에게 먼저 새해 인사를 드리는 편지여야 하는데, 요즈음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는 국회의원들과 국가의 존폐에 관심도 없이 자기만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증가일로(增加一路)에 있는 것 같아 조국의 앞날이 걱정되어 새해 인사까지 잊었습니다.

끝으로 저를 위해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 그리고 이 편지에 응원과 편달을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이 성취되기를 바라며 온 가정에 평화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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