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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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월남패망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7-07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이 2015년 12월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은 나에게 우리나라가 축구16강이 되었다는 것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물론 나도 남아공에서 열렸던 한국의 축구를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포츠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는 온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흔들고 있는 태극기와 관중석의 반을 덮을만한 대형 태극기가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를 주었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표현은 좀 섬뜩하지만, 붉은악마들이 조국을 위해 태극기를 흔들고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태극기를 흔들던 그 손들이 얼마 전만하더라도 반정부 구호와 함께 촛불을 들었던 손일 수도 있고, 46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망망한 바다에서 근무하다가 전사하였을 때는 뒤로 감춘 손일 수도 있고, 이러한 손들이 축구장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 않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이 손들이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손이 되고 조국을 방어하기 위해 총을 드는 단결의 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012년으로 예정되었던 유엔군의 전시작전권이 2015년에 이양된다고 하니 지금처럼 북한의 도발징조가 뚜렷한 시기에 유엔군이 예정보다 3년 더 한국에 주둔할 수 있게 되어 북한의 도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 때 전시작권권 이양을 2012년으로 정한 것은 너무나 경솔한 결정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한국에서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해이고 미국도 대선과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북한의 김정일의 70세 생일이 있고, 그가 수령 아버지로부터 받은 한반도통일의 유업을 달성한다는 목표의 해입니다. 너무나 정치적으로 큰 일들이 많은 2012년에 유엔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이양 받으려는 것을 누가 결정했는지 몰라도 너무나 경솔한 행동이었으며 의도(意圖)도 불순했던 것 같으며 조국을 위해서는 너무나 앞일을 내다볼 줄 모르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시작전권 이양이 2015년으로 연기한다 해도 남한정부가 계속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정책을 유지한다면 남한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자라는데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튼 전시작전권을 2015년으로 연기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연기한다 해도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을 비롯해 정부와 국회가 안도의 숨만 쉬다가 시간을 허송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치계, 종교계, 학계와 언론계에 북한식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민주주의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상을 전파한다면 전작권이양이 2015년으로 연기되고 국군이 최신무기로 무장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월남의 패망원인을 보면 그들도 많은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받았고 자금(資金)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월남내부의 정계, 학계, 종교계 그리고 문화와 언론분야에 있던 전문가들이 민족통일, 민족평화, 외세의 배척이라는 미명하에 자유민주주의 월남정부를 매일 비방했으며 반정부성토에 가담해서 월맹공산주의자들의 소원대로 베트남도 적화통일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도 정권이 바뀌면서 '민족의 배신자는 공산주의도 배신한다.'는 이유로 월맹공산정권이 월남을 장악한 후 거의가 처형당하거나 해외로 몰래 이주해 갔습니다. 그리고 더러는 보트피플로 작은 배를 타고 고국을 탈출하다가 도중에서 죽는 일도 있었으며 미국에 온 사람들은 국적 없는 난민으로서 오랫동안 법적대우도 받지 못하다가 이제는 고령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월남패망의 과정을 실제로 체험한 당시 주월 한국대사관 경제담당공사였던 이대용(85) 육사총동창회장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대용 장군은 1950년 10월 26일에 당시 국군 7연대 중대장으로 북진하여 압록강에 선착하여 태극기를 휘날리고 통일의 감격을 맛본 국군대위였습니다. 그는 월남패망 할 때 혼자 남아 조국 대한민국의 명예를 지킨 분으로서 5년간 월맹정부 하에서 억류생활도 체험 했는데 중공군 포위망에서 죽다가 살아온 투지가 그 분을 살아남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은 요즈음 자꾸 사이공 함락장면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면서 지금의 남한이 35년 전 월남에서 벌어진 바로 그러한 일들이 남한에서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볼 때 패망한 월남정부가 마지막에 보인 베트남의 공산화과정을 답습하는 것 같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월남의 후방이 황금만능주의로 부패와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정의감이 상실되자 일선의 군인들은 전의(戰意)를 상실했고 소위 지성인으로부터 공산 월맹과 타협하자는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가 퍼져나가자 공산군에 대한 경계심도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공산 월맹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제력과 미군이 놓고 간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월남군대가 타이어조각으로 만든 신(sandal)을 신고 굶주린 배를 무릅쓰고 목숨을 다해 침공하는 월맹군들에게 허수아비처럼 붕괴해 버렸는데 이것은 이처럼 해이(解弛)해진 경계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그는 회고하고 있습니다. 조국을 근심하는 이분의 심경을 저도 통감(痛感)하면서 우리나라가 월남의 패망원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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