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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소신 있는 국회의원이 부럽습니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1-08-10
금년 1월 8일 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의정생활을 하던 3선의 아리조나 출신 하원의원, 금발의 여인 가비 기포드(Gabrielle Dee "Gabby" Giffords)가 짧은 머리에 아직도 이마에 총탄이 파고 들어간 흉터를 보이면서 지난 8월 2일 밤 하원의장인 베이너의 부축을 받고 의회 의사당으로 걸어 들어 왔습니다. 가비는 민주당이며 베이너는 공화당입니다.

그리고 지난 수 개월간 정부의 채무한계(Debt Ceiling)증액을 놓고 공화당은 미국 정부의 돈 씀씀이를 지탄하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사상최대의 이 증액계획에 반대해 왔는데, 이를 앞장서서 브레이크를 걸고 반대해 오던 사람이 베이너 의장이었습니다. 많은 하원 의원들이 이 증액 안에 아직도 반대하고 있어서 미국이 디폴트(Default:채무상환불이행)처지가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긴장이 감도는 의사당에 기대하지 못했던 기포드 의원이 뜻밖에 나타난 것입니다.

동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고 옆에 있던 동료들은 그를 얼싸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의원들의 환호 가운데 그녀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투표에 임했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말하는 것이 어렵고 몸 움직임도 어렵지만, 미국이 디폴트 되지 않도록 그의 소신을 투표를 통해 행사했던 것입니다. 그는 투표를 마치고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 투표를 위해 본회의장에 참석해야 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므로 인해 우리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항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 국민을 위한 초당파적인 협력이 당내 정치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투표 후 곧 바로 의사당을 나와 자신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휴스턴 병원으로 남편인 켈리(Mark Kelly) 우주선 선장과 함께 떠났습니다.

남편 켈리 선장은 이번에 미국의 마지막 우주비행이었던 우주선 엔디버의 선장입니다. 켈리는 해군 대령으로 네 차례나 우주비행을 수행한 베터란 우주비행사이며 그의 쌍둥이 형제인 스캇(Scott Kelly)도 우주비행사로서 국제우주정류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선장으로서 이들 두 형제가 모두 우주비행사입니다. 형제가 우주비행사가 된 것은 유일무이한 일이며 이번이 미국정부의 우주탐험사업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형제가 우주선의 선장이 된 것은 처음 있던 일로 기록 될 것입니다.

금년 1월 8일에 가비는 3선 의원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아리조나주 투산에서 정신이상자로 밝혀진 저격수에게 총탄을 맞고 쓰러졌는데, 그 당시 6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큰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비를 응급실에서 살려낸 의사가 한국계 의사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입니다.

저는 가비의 생존 의지도 존경하지만, 하원의원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그의 사명감에 더욱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디폴트 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미국정부가 내야하는 채무이자가 급등하고 이로 인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추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은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기 힘들게 되고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서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러 시간 특별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에 있는 의사당에까지 와서 국민이 뽑아 준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그녀의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사명감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문에 의하면 그녀의 이러한 신념과 용기가 투표시간 전까지 부동표를 고수한 의원들에게 '가'표로 전환할 수 있었던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으며 민주당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도 초당적인 투표가 필요한 이 순간 기퍼드 위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찬사를 보냈는데, 200표에 머물던 찬성표는 기퍼드가 나타나자 빠르게 늘어나 가결에 필요한 투표수를 훨씬 넘겼으며 이를 두고 기퍼드 효과라고들 합니다. 공화당 240석, 민주당 193석으로 구성된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대통령의 연방정부 부채상한증액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9, 반대 161로 거의 모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과시켰으며, 민주당 51석, 공화당 47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된 상원에서도 다음 날, 찬성 74, 반대 26으로 100명 전원이 투표함으로서 압도적으로 이번 디폴트 위기를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기다릴 사이도 없이 곧바로 이에 서명함으로 몇 시간 남겨 놓고 미국은 디폴트위기를 모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미국 의회가 국가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부채상한증액을 오랫동안 반대해 왔는데, 소수당에 속해 있는 대통령과 협상하면서 이견을 좁히면서 정부안에 협조하는 자세는 정말로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당리당략에 휩싸이지 않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들의 소신으로 투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어려울 때 이성적으로 여야가 합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한다기보다 당리당략에 의해 소신을 밝힐 틈도 없이 어떤 때는 비이성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사태가 되었으면 지금쯤 국회의사당은 아수라장이 되고 병원으로 실려 간 의원들이 있었을 것이며 본회의장의 문짝이 톱으로 잘려나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장석이 반대 의원들에게 점령당하였거나 의사당에서 퇴장하는 광경도 연출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소신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선진국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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