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보기

Home > 로버트 김의 편지 > 지난 편지보기

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협박 일본 대 열정 한국, 미국에서 벌어진 한,일 전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4-02-13
올해 들어서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의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 역사적인 한,일전이 벌어졌다. 버지니아 주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경계를 이루는 주이기도 하다. 이 한일전에 출전한 선수는 한일 양국의 주미대사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안호영 대사가, 일본에서는 사사에 겐이치로 대사가 출전했다.

한일전의 응원 열기는 한국 쪽이 더 열렬했다. 왜냐하면 일본은 비싼 로비스트들을 기용해서 버지니아 주지사를 비롯해서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한 반면에 한국 측은 버지니아 교포들이 여러 대의 대형버스를 전세해 버지니아 의사당이 있는 수도 리치먼드로 가서 의사당 방청석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인교포들이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이 사는 버지니아의 유권자 수를 이용하여 주지사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과시한 것이다. 이번 한일전은 일본의 협박과 한국인의 열정이 맞붙은 격전이었다.

이 한일전의 트로피는 동해 바다였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포함되어 있는 모든 지도에 일본해(Sea of Japan)만을 사용했던 버지니아 주 공립학교 지리교과서에 동해(East Sea)를 병기하는 것인데, 일본측은 동해병기를 저지하기 위해 버지니아 주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상품을 보이콧하겠다는 협박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 협박에 주지사도 처음에는 동요하는 듯 했다.

매컬리프 후보는 지난해 선거 기간에 한인사회를 방문하여 동해 병기법안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일본 선수인 사사에 일본대사와의 면담과 일본 측의 적극적인 로비에 밀려 당초 입장을 번복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자 한국팀은 안호영 주미대사를 버지니아 주지사와 면담하게 하여 이에 응수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도 일본 못지않게 버지니아 상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그를 한국에 초청, 청와대를 방문하여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그리고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과 버지니아 간의 무역확대를 약속하는 계기를 만들어낸 듯하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후보시절에 한국사회에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공약하여 한인 이민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이다. 그는 이번 한일전에서 안호영 대사와의 면담에서 한국초청을 수락했으며 금년 6월 중에 주 상무장관, 농무장관 그리고 한인단체장들을 대동하고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버지니아는 한국보다 더 큰 면적에 인구는 800만이 좀 넘는 미 동부에 위치한 주로서 농축산물이 전체 생산물의 주를 이루고 있다. 담배와 양돈, 양계 산업이 발달되어 있으며 미국 담배원료의 대부분을 경작하고 있고, 미국에서 가장 명성 있는 버지니아 햄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공립대학에서 가장 좋은 버지니아 주립대학이 있는데, 이 대학교는 1776년에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1819년에 세운 대학교이다.

또한 버지니아 주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8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주이기도 하다. 이는 버지니아의 긍지이다. 미국의 238년 역사에서 44명의 대통령이 재임했는데, 50개의 주 중 대통령을 배출시키지 못한 주도 수두룩하다. 그러니 그 중 8명이 버지니아 출신인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버지니아 주 의회는 미국이 독립이 되기 전 1619년에 개원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의회정치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매컬리프 주지사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지,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삼겹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면 흐뭇해 할 것 같다.

지난주에 동해병기를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상원 전체회의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20 대 20로 나뉘어 있다. 지금 이 법안은 하원의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2월6일에는 하원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법안 발효를 위한 주지사의 서명만 남은 상황인데, 민주당인 매컬리프 주지사는 안호영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다.

예정대로라면 버지니아 주 교육위원회가 승인하는 모든 교과서에 'Sea of Japan'이 언급될 때는 'East Sea'와 병기해야한다는 트로피를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일관계에 비추어 전통적으로 한일전은 경기 자체 못지않게 응원전도 치열한데, 이번의 한일전에서는 한국측 응원단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열정이 일본의 협박성 방해공작을 압도했고, 그것이 미국 의회에도 전달된 것 같다.

뜨거운 애국심으로 획득한 이 소중한 트로피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한인사회는 물론,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들도 국격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 하기를 바란다. 이번에 수고한 버지니아주 한인 교포와 단체들, 그리고 안호영 주미대사의 노고에 심심한 찬사를 보낸다.

이전 : 이산가족 상봉, 밑빠진 북에 돈붓... 운영자
다음 : 투표가 역사를 만드는 곳, 민주국...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