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보기

Home > 로버트 김의 편지 > 지난 편지보기

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투표가 역사를 만드는 곳, 민주국가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4-02-20
이번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통과된 동해(East Sea) 병기안이 주 상하양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되어 주지사의 서명만 남기고 있는데 곧 서명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의 시행이 감지될 때까지는 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2017년 학기부터가 시행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2017년 학기는 2016년 9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이 법이 공표되고 새 교과서와 공식출판물에 인쇄 배부되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동해병기 법안이 버지니아주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 교포들이 많이 사는 뉴욕주와 뉴저지주,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도 발의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버지니아 주 한인교포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열정과는 달리, 주 의원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역 한인 교포들의 표를 의식한 것 같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표심은 가장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 표심의 일원이 되고자 2005년 연방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지난 8년 동안 공민권을 되찾기 위해 법이 정한대로 2년마다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서 복권신청을 해 왔다. 그러나 그 신청은 번번이 기각되었다. 이유는 국가보안법위반 전과자에게는 복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버지니아 주지사는 세 번 바뀌었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퇴임한 주지사는 임기 전에 폭력범이 아닌 전과자들에 한해 복권심사를 하고 이 사회에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전과자에는 복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서류를 작성하여 주지사 임기 전에 제출했고, 드디어 심사에 통과되어 복권이 되었다.

보호관찰기간 첫해를 마친 전과자는 보호관찰 기간 단축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는 미국 형사법에 의해 나는 선고받은 형량(9년)을 마치고 보호관찰기간(3년)의 첫해를 마친 2005년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스스로 서류를 작성하여 3년의 보호관찰기간을 1년 만에 마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미국에 있는 제도(prose)로써 변호사를 임용하지 않고 자신이 변호인이 되는 것이며 무임 변호사도 '프로우즈 변호사'라고 한다. 1974년 내가 시민권을 신청할 때도 변호사 도움 없이 신청해서 받았다.

이번에 주정부에서 받은 복권 인증서에는 금박지 위에 주정부 날인이 찍혀 있고 주지사가 서명하여 위엄이 있어 보인다. 그 동안 이 복권을 위해 제출한 복사서류와 주지사의 서명이 있는 기각편지들을 소각하면서 나는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의 시청에 복권인증서를 제시하고 투표할 때 필요한 증명서도 받았다. 이제 나는 오랜만에 이번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서 2년마다 선출되는 연방의원을 비롯해 지방의원을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대통령도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복권에는 권리와 의무가 주어진다. 그 권리는 투표권과 내가 직장을 선택할 때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국가안보 관련 직종에는 취직할 수 없다. 그리고 의무는 총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내가 배심원에 발탁되면 법정에 출석하여 배심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온전한 미국시민이면서 조건이 붙어있는 시민이 된 것이다.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미연방 법무부장관(Attorney General)인 에릭 홀더가 각 주정부에 전과자들의 투표금지조항을 폐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법적효력은 없지만 전과자들에게 조기복권을 허용하여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투표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미국에서는 투표행정을 주(state)가 관할하기 때문에 연방(federal) 권한보다 주지사의 권한이 더 크다. 그는 플로리다주의 경우를 들면서 출소 후 전과자의 사회참여를 조기에 실천했기 때문에 재범률이 낮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조기복권 허용을 바란다고 했다. 미국에는 아직도 100만명이 넘는 전과자가 복권이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복권이 되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면 정치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가 전과자에게 복권을 허락하기 전,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가리는 주가 되었는데, 그 당시 그 곳 정치상황에서 전과자들에게 투표권이 허락되었다면 당시 부통령이었던 고어(Al Gore) 민주당 후보가 부시(George Bush)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이라크전쟁도 없었을 것이며 전임 클린턴 정부에서 흑자로 물러준 정부살림과 미국경제도 탄탄대로로 이어 갔을 것이다. 부시는 대통령이 되면서 이라크를 침공하고 나라살림을 도탄으로 몰아갔으며 외부의 적을 많이 만들었다. 2001년 9월11일, 미국에 치명적인 역사를 남긴 9?11 사태가 그 예이다. 그리고 지금도 골치를 앓고 있는 알케이다와의 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 아는 일이지만,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젊은층의 진보성향 때문에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할 때 보수층인 중년 유권자들이 투표 마감시간 전에 많은 표를 박근혜 후보에게 던짐으로써 지금의 박근혜정부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한국에서는 투표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많은 모순이 따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투표일이 정상근무일(화요일)이다. 그래서 참여율도 한국보다 높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며 자기 뜻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96년에 박탈당한 투표권을 18년 만에 되찾아 다시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내 심정은 무척이나 설레인다.

이전 : 협박 일본 대 열정 한국, 미국에... 운영자
다음 : 한국은 후진국, 인정하고 싶지 않...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