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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한국은 후진국,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4-02-27
지난주에는 한국 낭자들의 선전으로 올림픽 메달 소식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악몽과 같은 사건들이 줄을 이으면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성지순례 중이던 교인들이 폭탄세례를 받고 사상자가 속출하였고, 대학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 행사장이 폭설로 인해 지붕이 무너지면서 꽃다운 청춘들의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전례 없는 폭설로 농가에 엄청난 재산피해가 있었으며, 또 그 전에는 조류독감으로 수만 마리의 가금축산물의 강제매몰이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축산민 여러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그들에게 좀 더 논리적인 사고방식만 있었다면 피해갈 수도 있었다는 것,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들이라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이번 사건들은 ‘빨리 빨리’,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는 습성,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땅 꺼질까 봐 어떻게 사느냐’라는 생각 등 우리 국민들의 병폐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즉, 인재인 것이다.

이번에 특히나 놀란 것은 학생들이 학교 측의 조언과 부모님들의 말씀을 듣지 않고 많은 돈을 써가면서 경남 부산에서 경북 경주까지 10여대의 전세버스를 이용하여 폭설이 예고된 산꼭대기 리조트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선은 수백명의 학생이 큰 행사를 하는데 건물의 안전성을 꼼꼼하게 따져봤느냐이다. 결과적으로 건축 기준에 맞지 않는 자재를 사용해서 75일만에 준공한 창고 같은 건물에 수많은 젊은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난센스이다.

TV에 비춰지는 건축자재는 미국에서는 일반 주택의 차고 문 만드는데 쓰이는 것들이었다. 차고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속에는 스티로폼이나 방열제 같은 가벼운 재료를 넣고 겉은 얇은 알루미늄판으로 만들어 중량을 최소화하고 방음과 내열을 하기 위해 쓰인다.

그런 것들이 대형 건물의 지붕과 벽에 쓰였다. 거기다가 계속되는 폭설이 지붕 위에 쌓이고 행사를 위해 고성능 시청각 장비를 동원했을 터이니 지붕과 벽이 진동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건물은 눈이 내리지 않는 지방에서 창고용으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고 공간을 이렇게 큰 행사에 대여해준 건물주도 비양심적이지만, 이 건물을 선택한 학생 측도 너무나 생각이 짧았다.

20년 전의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그 이전에는 와우아파트 붕괴 등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자재비를 아껴서 돈을 벌려는 얄팍한 상술이 귀중한 목숨과 재산을 앗아갔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과거를 잊고 시공을 하는 사람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빨리 빨리만 외치는 사람들이 건축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후진성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또 하나, 이제 대학 신입생들이 이렇게 돈을 쓴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미국에서는 대개 이런 행사를 학교 강당이나 각 과가 있는 학교 건물에서 한다.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은 필요하다. 대학에 진학하는 신입생들에게 학교와 학과를 소개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은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른 모양이다. 선후배가 어울려서 학생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벌어진다고 하니 오리엔테이션의 의미가 변질된 것은 아닌가 싶다.

학생들이 학교 측의 말을 듣고 학교강당에서 행사를 했다면 이러한 참사는 면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려고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만 하던 꽃다운 신입생들이 사회생활을 해 보기도 전에 이 세상을 하직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을 인간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 사회를 모면하기 어렵다. 과거를 잊지 말자.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어야 하며 그래야 성숙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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