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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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영어는 영어답게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8-05-07

최근 우리 정부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별도의 사교육 없이도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이러한 정부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인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국어나 한글단체 소속의 인사들이 아니라 전국의 영어 영문학 전공 교수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이 모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함께 이루어져야하며 국가공인 영어시험으로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려는 계획을 철회하고 피상적인 소통능력을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는 말하기, 듣기, 쓰기 그리고 읽기를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그들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연 730시간여 시간에 불과한 영어수업으로는 외국인과 자유로운 대화 수준에 이를 수 없지만 영어시간을 당장 두 배로 늘린다고 해도 외국인들과 의미 있는 대화소통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어문학연구회와 전국영어교수모임에 발표자로 나온 서울대의 이병민 교수는 11세 이전의 조기교육이 11세 때의 집중교육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영어 조기교육 열풍의 피해를 경고 했습니다. 이모임에 참석한 다른 교수는 영어마을 같은 프로그램들은 자칫하면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존중심을 해칠 수 있으며 이는 영어를 진정한 글로벌 언어로 받아드리고 익히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대학영어의 목표는 말하기, 듣기 위주의 회화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이 아니라 고급 영어를 읽고 쓸 수 있는 학술 영어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원어민교사를 수입하거나 영어강의를 늘리기 보다는 한국인에게 적절한 영어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한국인 인력을 양성하는데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였습니다.

영어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국제화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 영어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과연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성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영어에 대해 전념하는 것만큼 우리 국어와 국사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40여년을 살면서 한민족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더욱 사랑하고 있으며 이를 제정하신 세종대왕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노라면 미래를 생각하셨던 그분의 안목에 더욱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인으로서 국사(國史)가 있는 조국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과 우리 역사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아무리 글로벌 언어라고 하지만 모든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꼭 해야 한다는 한국정부 방침에는 고려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영어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로버트 김의 편지를 통해 썼습니다만, 영어가 필요없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강조하지 말고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어를 더 영어답게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 앞에 인용된 교수님의 말씀대로 영어는 말하기, 듣기 위주의 회화능력이나 의사소통의 능력이 아니라 고급한 영어를 알고 쓸 수 있는 학술영어가 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법을 알고 목적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여 학술지에도 발표할 수 있도록 고급영어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영어회화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국어나 일본어 같이 우랄알타이어를 쓰는 민족에게는 영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백인들과 가진 사상이나 철학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바른 영어를 구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과 함께 오랫동안 산다던지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살면서 영어를 자기 말처럼 사용하면서 그들과 함께 용해되어 같이 살 때 제대로 된 영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즉 서양의 조크에도 함께 웃을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인도나 필립핀 같은 나라에 가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기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 영어라고 하면 미국영어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들 나라 사람들의 영어발음은 국제모임에서 사용하기 적당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영어만 사용하는 호주나 뉴질랜드 사람들의 발음도 미국에서는 거부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그들도 미국에 와서는 미국식 영어발음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에서 원어민교사라고 해도 미국인들 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 사람들도 모셔오는 모양인데, 재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는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가르치고 또 그것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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