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로버트김의 편지소개
	지난 편지 보기

지난 편지보기

Home > 로버트 김의 편지 > 지난 편지보기

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영어스트레스를 주지 맙시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8-06-18

지난 주에도 우리나라 영어 열풍에 관해 말씀드렸는데, 최근 한국에서 발행되는 한 월간지에서 억지영어는 안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항상 영어는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공부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다른 것으로 대치해야 한다는 소견이었는데, 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선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어능력강화정책을 갑자기 내놓음으로써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똑같은 자질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갖고 태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언어능력이 뛰어나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반면 어떤 사람에겐 외국어가 너무나 어렵기도 합니다. 물론 저처럼 언어감각이 둔한 사람도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다보면 자주 쓰지 않는 한국말보다 영어가 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직장에 나가지 않고 한국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하고 집에서 한국 서적이나 신문도 읽고 하니까 한국말이 많이 늘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나라의 선진화와 국제화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영어교육을 강화하여 영어에 능통한 국민으로 육성시켜 보겠다는 정책을 내 놓았는데, 이는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세운 무모한 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둘러서 세운 정책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언어습득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입학시험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너무나 애를 쓰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면 외국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도 사원을 채용한 후에도 많은 예산을 들여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영어만 잘 한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선진국이 되었고, 인도나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지만, 아직 선진국이 아닙니다.

지금의 국제환경에서 선진화를 목표하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계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양성과 확충인데, 모든 국민을 영어로 무장시키자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이고 비현실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영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반미운동에 많이 참가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혹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분들의 말에 의하면 과거, 현재 할 것 없이 반미학생운동을 비롯해서 정치적 성향을 띄는 각종 집회나 파업 등에 적극 가담하는 학생이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학교 다닐 때 영어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는 때때로 영어에 대해 강한 열등감과 영어를 잘 하는 동료나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 대해서 강렬한 질투심을 갖고 때로는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하는 부류의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것이 통계적으로 사실이라면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현 정부가 바라는 국가의 선진화는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를 수준급으로 잘해야 하는 외교관이나 대외협상담당자,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대표들 같은 분들이 더욱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재를 선발할 때에도 그들의 언어습득에 소질 유무를 관찰한 후에 더욱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육성시키는 것이 국가선진화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영어교육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영어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영어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전 : 우리나라 영어실력이 이 정도라니	운영자
다음 : 지금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