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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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왕자병 공주병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8-12-17

프랑스 파리로 출장 간 어떤 한국분이 쓴 푸념이 그분의 푸념만 아니라 제가 느끼고 있는 것과 비슷해서 그 분의 느낌과 나의 생각을 함께 하여 이 글을 씁니다.

이 분은 파리에서 며칠 간 출장 업무를 마치고 그곳에 있는 미술박물관을 찾을 여유를 갖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가 미술작품을 관람하러 돌아다니던 중에 기분 좋은 일을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 20여명이 두 선생님들과 함께 그림을 관람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는 그 아이들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성실하고 진지하게 현장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에 감동하였고 강의가 끝난 후 조용히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관람자세에서 문화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자존심을 실감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의 답답했던 기억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것은 초등학교 6학년쯤 되는 남자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락 내리락 위험하게 건너뛰면서 고함을 지르고 실습용으로 준비해 놓은 일종의 판화도 몇 장을 쾅쾅 계속 찍어대는 소음이 문화재를 감상하는 그분의 기분을 상하게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가 부여 박물관에 갔을 때도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만지지 말라는 문화재에 손을 대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곳을 놀이터로 알고 노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을 인솔해 온 선생님들도 함께 떠들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그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예의가 실종된 지금의 한국이 어디에 서 있는지 한심하다는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의 지적은 어린 학생들만을 나무랄 수 없으며 유아기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문화의식, 예절의식을 바르게 가르치지 않은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저의 느낌과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민 온 젊은 엄마들도 자기 아이들을 기죽이지 않으려고 조용해야 할 장소에서 아이들을 방치하는 예를 쉽게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아이 소변을 뉘는 엄마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성인이 될지 모르겠으나 최근 영국 일간지 인터넷판에 이렇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과도한 칭찬을 듣고 자란 현대 젊은이들은 넘치는 자신감과 달리 실제 가정과 직장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 기성세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만 하라고 많은 돈을 들여 조기유학도 보내고 학원에 온종일 묶어놓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어 사회에 나올지 묻지 않아도 뻔합니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즈음 부모 모시는 것을 귀찮다고 하는 젊은이들의 행위는 결국 자식들을 왕자와 공주로 키운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키울 때 자식 비위를 맞춰 혼신을 다한 부모는 결국 나이 들어서도 자식들의 하인이 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랄 때 부모공양법을 모르고 대접받는 법만 배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어찌 부모공양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식 가르치려고 모든 것을 팔아 뒷바라지해서 의대를 졸업시켰건만 며느리가 이유를 붙여서 부모를 안 모신다고 하니 골방 얻어주고 개밥 주듯 생활비만 보내면서 집에도 못 오게 하고, 결국은 양로원에 가는 시대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까마귀도 어미가 늙어 힘을 못 쓰면 먹이를 물어준다고 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자식 가르치느라 평생을 다 바쳐 일한 후에 훗날 남은 것이 없어 빈손이라면 당신은 큰 죄를 졌다고 생각해야 한답니다. 무슨 죄냐고요? 고급스런 자식 집에 가보면 그 답은 당장 알 수 있습니다. 멋쟁이 며느리로부터 손자들까지 당신의 늙은 모습을 보고 좋아하겠습니까. 밥 한 끼 얻어먹는 것도 눈총 속에, 아이들 공부에 방해된다고 골방 신세, 차라리 못 가르쳐서 만만한 자식이랑 티격태격 하면서 사는 게 더 인간답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2세, 3세들에게는 이러한 왕자병, 공주병이 든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우리 1세가 어렵게 살면서도 아이들은 제대로 양육한 것 같습니다. 노후에 슬픈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직 자녀들이 어린 젊은 부모들은 미래를 볼 줄 아는 엄마 아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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