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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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인간애(人間愛)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01-07

연말연시가 지나가고 다시 평상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한국 정치와 경제의 우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이 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때는 1944년, 독일과 연합군 사이에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입니다. 그해 12월 24일 성탄전야에 있었던 실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소개된 유명한 전쟁인 "The Battle of Bulge"가 벌어졌던 벨기에(Belgium) 국경 부근에 있던 한 작은 오두막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지역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시내에서는 살 수 없어 남편과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이 시골로 피난 나와 한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민방위대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모자(母子)는 성탄절 전야에 남편이 돌아오면 요리를 하려고 준비한 닭 한 마리를 놓고 가족이 함께 하는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상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느닷없이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촛불을 끄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눈 쌓인 겨울나무를 배경으로 철모를 쓴 병사들이 유령처럼 서 있었고 그들 뒤에는 부상을 당한 병사가 들것에 실려 있었습니다. 두 모자는 그들이 적군인 미국 병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 병사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두 모자를 밀치고 그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 앞에 서서 잠시 쉬어가게 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불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부대에서 낙오된 이 병사들은 독일군을 피해 사흘이나 숲속을 헤맸고, 동료는 부상까지 입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의 안내로 그 집에 들어와 철모와 냄새나는 웃옷을 벗은 군인들은 겨우 소년티를 벗은 앳된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적군이었지만, 이 부인의 눈에는 단지 도움이 필요한 아들 같은 소년들로만 보였습니다. 부인은 그날 밤에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장만한 닭을 굽기 시작 했습니다.

얼마가 흐른 후 고소한 통닭냄새가 방안에 가득찰 무렵, 또다시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또 미군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문을 여니 밖에는 네 명의 독일군이 서 있었습니다. 순간 이 부인과 아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적군을 숨겨주는 것은 최고의 반역죄로 즉결 총살형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부인은 이 독일 병사들에게 "축 성탄"이라고 하자 그들은 "축 성탄"이라고 화답하면서 날이 밝을 때까지 이 집에서 쉬어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 부인은 "물론이지요. 따뜻한 음식도 있으니 어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막 구어지고 있는 닭 냄새에 이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자 이 부인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이미 다른 손님이 들어와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당신들의 친구가 아닐지 모릅니다."라고 하자 이 독일 병사는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방 뒤에서 숨어있던 미군들도 마찬가지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온 집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이 부인은 침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우리 집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내 아들과 같습니다. 그리고 저 안에 부상당해 낙오된 미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배고프고 지친 몸입니다. 오늘 밤만은 서로 죽이는 일을 잊어버립시다."

무거운 침묵이 계속되었고 이 침묵은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긴 순간이었습니다. 이 침묵을 깨뜨린 소리는 이 부인의 명랑한 목소리였습니다. "뭣들 하십니까. 우리 빨리 저녁을 먹읍시다. 총은 모두 저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아요." 그러자 젊은 독일군과 미군들은 동시에 말 잘 듣는 어린 아이들처럼 고분고분 총을 장작더미에 올려놓았습니다.

갑자기 손님이 늘어난 관계로 저녁을 더 준비하기 위해서 이 부인은 아이에게 창고에 둔 감자를 가져오라고 시켰습니다. 이 아이가 창고에서 감자를 찾고 있는데, 미군 부상병의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감자를 가득 안고 들어와 보니 독일군 하나가 안경을 쓰고 부상당한 미군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 군의관은 유창한 영어로 부상당한 미군에게 추위 덕분에 상처가 곪지 않았다고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출혈이 심하기는 하지만, 쉬면서 영양을 섭취하면 회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로간의 적개심이 서서히 가시면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식사준비가 끝나자 이 부인은 모든 병사들을 한 식탁에 모아 놓고 간절히 식사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고향이 그리워 향수에 젖은 어린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식사 후 그들은 피곤이 엄습하면서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독일군과 미군들은 그 오두막집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독일군 병사는 미군들에게 부대로 돌아가는 길을 상세히 가르쳐 준 뒤 반대편으로 걸어갔습니다.

새해 벽두에 마음 저리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용서와 화해는 서로의 목숨도 건질 수 있었고 듣는 이들의 마음도 훈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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