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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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참지도자 김수환 추기경의 명복을 빕니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02-18

지난 16일 이곳 시간으로 새벽 7시에 한국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감옥생활을 할 당시 한국에서 로버트 김의 사건이 잊혀지기 시작할 때 온 정성을 다하여 거리에 나서서 일반 시민들에게 저의 사정을 알려 여론화하고, 지금도 저희 부부를 부모처럼 아껴주는 선우의 이웅진 사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김수환 추기경께서 이날 아침에 선종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올 시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제가 김수환 추기경을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제가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1996년에 체포되어 다음해 5월 미연방재판소에서 9년의 형을 언도받기 전에 저의 부모를 비롯해서 동생 그리고 저의 가족이 김수환 추기경님을 찾아가 기도를 부탁드렸던 때부터입니다. 그 후 저는 교도소에서 그분으로부터 격려의 편지도 받고 매해 크리스마스 때는 카드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그분께서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보도를 보고 저는 그분의 병환이 쾌유되시기를 비는 Get Well 카드를 보냈으며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예년과 같이 크리스마스카드도 보내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분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저는 직감적으로 그분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기도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아침에 이 비보를 전해들은 것입니다.

제가 2004년 10월 석방 후에 한국을 방문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어르신께서 머물고 계시던 추기경 관저였습니다. 저의 부모는 제가 석방되기 몇 달 전에 별세를 하셨기 때문에 함께 하지는 못했으나 저와 저의 가족은 김수환 추기경을 알현(謁見)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추기경님께서는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고 저를 격려하시면서 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저술하신 책도 두 권 주시면서 건강하게 잘 살기를 기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독특한 유머로 방문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대화를 계속하셨습니다.

알현을 마치고 나오는데 추기경님께서는 교정에까지 나오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저의 일행을 환송해 주셨습니다. 아직도 저의 눈에 건강한 모습으로 선히 기억되신 분께서 이 세상에서 하실 일을 다 마치시고 이제 하나님의 품안으로 가셨습니다. 진실로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저의 행동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그동안 당신께서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생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조국을 생각하고 아끼는 동포로서 저를 특별히 생각해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분의 인간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격변기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목숨을 생각지 않으시고 정의를 부르짖고 몸소 행동으로 불의에 대항하신 것이며 항상 낮은 자세로 타인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시는 그분의 성품이었습니다. 서슬이 시퍼런 박정희 군사정권에서부터 전두환 정권에서도 당신은 정의를 위해 몸을 바치셨으며 온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의 역할을 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심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온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이타적인 말씀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시지 않고 자신께서 믿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들에게 보여주신 것뿐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말년에는 그림도 그리기 시작하셨던 그분께서는 당신의 자화상 밑에 "바보"라고 쓰셨답니다. 이것은 당신께서 아직도 하나님의 일을 다 하시지 못하는 "바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우리가 따라 할 수 없는 많은 훌륭한 일들을 하셨으며 이루신 많은 업적은 우리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위해 평생 동안 불의에 대항하시면서 온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사랑을 실천하시고 하나님께서도 믿고 사랑하시던 그 분이 우리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특히 저를 용서해주시고 아껴주셨던 분이 이 세상을 작별하시고 선종하셨기에 더욱 더 그분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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