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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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가정교육은 인간됨의 기본요소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05-20

요즈음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는 교육과 관련해서 한국의 학습시간이 미국보다 길다고 말하곤 합니다. 저는 그가 모르는 소리 한다고 속으로 웃고 있습니다.

지난 주 타임지에 각국 학생들의 읽기능력과 수학능력을 발표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이 두 부문에서 제일 으뜸이 되는 나라는 핀랜드(Finland)였고 다음이 한국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이 둘째여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이를 보고 좋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 두 과목을 잘한다는 것이 참인간이 되는 충분조건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도시마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학원이라는 간판이 즐비하게 붙어있고,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아니 이제는 더 무거워져서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면서 그곳 신세를 지고 있으니 성적이 좋지 않으면 도리어 이상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으며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엄마들의 무모한 경쟁심으로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된다는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는 이곳 주재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아이들이 이곳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그들의 아버지가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모들은 난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해야 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들 아빠는 어린 자식들과 부인을 이곳에 남겨두고 혼자 귀국하여 소위 기러기 아빠신세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라는 것입니다. 자식들의 공부 때문에 이 가정이 두 살림을 하면서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되면 과연 이것이 가정이고 자식을 인간답게 키우는 오직 한 방법인지, 부모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의 사교육비가 비싸기 때문에 미국에서 공부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만 경비 때문에 자식들에게 심어 주어야 하는 가정의 중요성, 특히 아버지로부터 받고 자라야하는 가정교육이 부재(不在)하면 이들이 자라서 온전한 인간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의문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자식의 교육 때문에 부부가 생이별을 하면서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가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장성하여 여자를 만나고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며, 이런 가정이 국가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가정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 부부는 이것을 모르고 자식만을 위하여 사는 가정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한국에서 이민 온 젊은 엄마들은 자기 자식들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고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있으며 이 철없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도 상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저는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저는 우리들처럼 오래전 이곳에 와서 살면서 아이들을 양육한 많은 가정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아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은 다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고 그들 자식들을 학교 보내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이들을 기를 때 "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길렀으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면 매를 들고 야단치면서 양육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와서 그렇게 길러준 부모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그들도 자기 자식들을 그렇게 양육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 사랑하면서 그들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말이 자기들도 부모에게 이런 것을 배우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의 젊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무모한 경쟁심보다 그들이 자라서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야 되겠다는 마음을 먼저 갖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미래에 선진국이 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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