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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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9-05-27

이곳 시간으로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이 먼저 인터넷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그것도 자살이라고 하니 그분의 고뇌가 얼마나 컸으면 그런 결심을 했을지, 가족을 비롯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큰 혐의를 받고도 아직도 자신의 비리를 부인하면서 사는 전직 대통령도 있고 그분들의 친인척도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생활을 하고 나와서 부끄러움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재 수사 중인 혐의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얼마나 여린 심성을 가지고 계셨는지 잘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미국의 연방형무소에서 살았습니다. 저의 죄가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는데도 과거 정부에서는 모르기는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무 힘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만은 저의 선친께서 그의 학교선배가 되어서 그런지 저를 기억하고 애석하게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면서, 그리고 형무소 생활 9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분이 대통령직에 있는 5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국제무역 흑자가 매년 상승했고 온 국토가 개발모드로 변했으며 높은 원화가치 때문에 해외유학생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좀 줄어들었으며, 일반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활발하게 되어 세상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높은 건물들이 도시마다 들어서면서 최소한 표면적이나마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내가 모든 형을 마치고 자유인이 되어 조국 대한민국을 오랫만에 방문했을 때 저는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고 돈 쓰지 않는 선거풍토를 만들겠다는 뜻을 가지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당시 그의 도덕성과 청렴결백한 심성은 모든 국민들에게 각인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동생도 이러한 선거풍토 덕분에 돈 없이 출마할 수 있었고 돈 없이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선거풍토가 정착되지 않았다면 저의 동생은 국회의원 출마조차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유능하게 만들고 무능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자신에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주위에서 일하는 참모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모들이 자기 보스(boss)를 유능하게도 만들고 무능하게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갖추어져 있었고 나라를 걱정했던 분이었습니다.

저는 1966년에 미국에 와서 계속 살았기 때문에 그 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학업태도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듣기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반정부데모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정치계에 진출하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시간을 다시 한 번 허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생국가입니다. 그들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생각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전력을 다해 쟁취한 귀중한 기회를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세속독재의 나라, 국민들의 자유가 없는 나라, 그리고 핵을 보유하고 그것을 미끼로 벼랑전술을 쓰고 있는 나라와 가까워지려는데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 나라가 아무리 우리의 동족이라고 하지만, 동족인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하고도 아직도 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으며 남북한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개성공단을 아무 이유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열고 닫고 하여 기업의 생산에 지장을 주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잡아 가두고 면회도 허락하지 않는 이러한 나라에서 우리는 배울 것이 없습니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리나라의 역사는 한 장(章)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 장을 열어가는 우리나라에 진보나 보수의 이념을 버리고 우리나라가 조속한 시일에 해결해야 할 당면한 문제들, 즉 교육문제, 노동문제, 사회문제를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이념 하에 시간낭비 없이 빨리 해결해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고 세계문제에도 함께 동참하는 나라가 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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