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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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선진국다운 청문회가 될 수 없을까.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09-01

대한민국 국회는 요즈음 검찰로 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미국의 FBI를 연상시켜서 소름끼치는 옛 생각이 나곤 합니다. 한국의 검찰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서 FBI에 불려 가면 죄가 없는 사람도 죄를 범한 사람처럼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일국의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은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을 불러다가 청문회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치부(恥部)를 미디어를 통해 여과(濾過) 없이 온 세상에 밝히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그들의 면전(面前)에서 추궁하는 것은 검찰보다 더 심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어떤 여당의원들은 후보자의 변호인같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국회에서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서로 멱살을 잡고 의장 단상을 점령했고, 의사당 회의실을 전기톱으로 난타했으며,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다른 의원들의 투표 컴퓨터를 막아서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더욱이 공중부양으로 이름을 날린 국회의원께서 그 청문회에 질의자로서 총리 내정자를 심문하는데, 이러한 분들이 과연 청문회에 참석하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리고 이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사생활 폭로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데, 이것이 민생을 위한 것인지, 이 기회에 스타가 되기 위한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국회가 제정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최고 책임자들을 임명하는 것이니 이렇게라도 해서 깨끗한 분을 선택하고자 하는 입법기관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받들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후보자들 대다수가 불법을 저지른 결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니 놀라운 일이며 정말로 이것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행(慣行) 때문인지, 이렇게 법을 어기고도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겠다고 하는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을뿐더러 이런 사람을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意中)도 알 수가 없습니다.

병역의무를 기피한 사람, 탈세한 사람, 위장 전입한 사람, 부동산에 투기한 사람, 스폰서 의혹에서 의심이 가는 사람, 위장취업한 사람, 불법으로 의료보험혜택을 받은 사람, 공과 사를 분간 못하고 私를 위해 公을 이용한 사람 등, 이처럼 불법(不法)과 탈법(脫法)을 자행한 사람들을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려는 청와대의 결정이야말로 이번에 지명을 받은 사람들보다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 법집행의 최고책임자로 지명한다면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며, 이분들의 명령을 국민들이 제대로 따를 것인지 한번이라도 생각 해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도덕적 해이와 도덕 불감증을 증폭시키는 정부지도자의 근시안적인 사고(思考)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후보자를 인선하는데 좀 더 면밀한 사전검증(thorough screen)이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검증 없이 사람을 국회 인사청문회의 뜨거운 의자(hot seat)에 앉혀서 그들의 치부가 세상에 공개되고 그들이 청문회를 통과하고 총리나 장관에 임명된다 해도 법을 집행하는데 매우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후보자는 자기가 모은 재산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하는데 만약에 자신의 재산증식에 문제가 있음을 안다면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기 전에 자진사퇴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뜨거운 의자에 앉은 여러 후보자들은 자기의 잘못에 대해 "죄송하다", "송구스럽다"는 말로 대신하는데, 이러한 잘못을 인정하기 전에 후보자로서 자퇴(自退)의 용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장관자리에 연연하면서 모든 굴욕을 참는 것은 자기를 후보자로 세워주신 대통령을 위함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하여 일을 하려면 깨끗한 과거의 소유자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따릅니다. 그리고 비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人間)은 신(神)이 아닙니다. 인간은 알게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합니다. 이러한 잘못이나 실수가 청문회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면 그는 그 실수나 잘못을 곱씹으면서 조용히 살 수 있었을 것인데, 청문회에서 그것들이 이렇게 무차별로 공개되어 버리니 한국에서 최고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를 위해 일찍부터 깨끗한 생활을 유지했어야 할 것입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 역시도 최고 공직자를 검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割愛) 합니다. 그리고 장관이나 대법관으로 지명된 사람은 청문회 질의자로 나올 상원의원들을 미리 방문하여 여러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책임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자질도 검증받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게 됩니다. 어떤 때는 청문회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질문도 제시해서 답변을 준비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선진국답게 개인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인신공격을 하기 전에 신사적으로 사전에 문제를 차단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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