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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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아름다워야 하는 고국이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0-11-25

우리 노부부는 지난 10월13일부터 집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달의 여정으로 고국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가 1996년 9월에 미 국방기밀을 한국에 유출한 혐의로 체포되어 그 다음 해 5월에 9년의 징역선고를 받을 때 미국의 국익에 저촉되는 일이나 이 사건에 관한 저서활동을 하지 않기로 선서했기 때문에 저의 집사람은 우리가 감시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 방문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국방문을 반대해 왔습니다.

이처럼 아직도 미국정부의 간섭을 직, 간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저로서도 한국방문은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고국의 가을 산천과 친구와 친지들, 그리고 한국의 음식들이 그립기 때문에 아직 다리가 성할 때 다녀와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그리고 마침 우리의 친척 의사분이 집사람의 고질병인 무릎진료 전문 의사이기 때문에 그 분께서 한국에 오셔서 검진도 받고 치료도 받으라고 하셔서 저는 집사람을 설득하여 함께 한국에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의학이 매우 발달했다고는 하나 여러 해 동안 고통을 안고 살아와야 했던 집사람의 고질병이 만족스럽게 해결될 수 없어서 이번 기회가 좋겠다 싶어 우리 두 사람은 간단히 짐을 꾸려서 고국을 방문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에 들리지 않고 바로 그 의사가 개업하고 계시는 지방으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 분의 진료는 적중하여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그 때부터 고국관광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긴 자동차 탑승과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는 한국의 관광명소들로 인해 무리를 했는지 저까지도 통증을 느껴 그 의사에게 찾아가 이번에는 우리 둘이 치료를 받았는데, 그는 제가 만난 의사 중에 가장 효험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가 고국을 방문하는 기간이 마침 서울은 G20 정상회의 준비기간이라 다른 때보다 많은 외국인들의 서울방문으로 호텔 구하기가 어려웠고 숙박비도 이만저만 비싸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물가가 세계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알고 갔지만, 정말로 비싼 것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공 교통비는 비교적 저렴해서 저희는 주머니 걱정을 덜하기는 하였으나 택시요금은 혼잡한 시내교통 때문에 미터기가 계속 올라가서 그렇게 싸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한국 사람이고 고령이지만, 외국 국적소유자라는 이유로 지하철 요금혜택은 받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반대하겠지만, 세계 모든 노인들이 한국에 와서 지하철 무료혜택을 받아 이것이 세계에 알려지면 관광객들이 한국을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돈을 쉽게 쓰는 나라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외국 노인들은 해외여행이 꿈이며 이들은 평생 돈을 저축했다가 외국에 나오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면 이들이 한국방문을 좀 더 많이 택할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내 지하철 정거장에 안전유리문이 설치되어 안심을 주었으며, 지하철 정시운행이 괄목할 만했습니다. 그리고 시외 고속도로가 잘 건설되어 자동차여행이 쉬워졌는데,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빨리 달리면 연비가 많이 든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시내는 차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로 덮여 있었습니다. 더욱이 운전자들의 교통도덕은 무질서해서 양보했다가는 정시에 목적지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호텔방이나 사무실의 실내온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호흡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전기는 국산이라고 하지만, 그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는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실내온도를 내리면 건강에도 좋고 연료도 절약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계속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야 했는데, 교통의 소음 때문에 편안하지는 못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의 과속과 이번 G20 정상회담 기간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였던 자동차번호판의 홀수 짝수제의 영구화, 그리고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을 정부가 시민들에게 계몽(啓蒙)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친구와 친지들의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사랑과 고국 산천의 아름다움, 그리고 선진국 수준의 음식과 도시의 발전상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시민들의 사고방식의 선진화가 아쉬웠습니다. 눈이 마주쳐도 무표정, 거리를 걷다가 어깨를 부딪쳐도 사과할 줄 모르는 시민, 공공건물을 드나들면서 문을 잡아주면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계속 드나드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계속 문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도 눈 하나 맞추는 이가 없는 한국의 도덕 부재, 영어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그 영어사용법이 아직도 저개발국에나 있을법한 단어들이 공공연히 사용되는데도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는 국가. 이러한 도덕성 결여와 무지식이 아름다운 고국산천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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