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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잘 씁시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11-01-26

"돈을 잘 씁시다." 라고 하니까 돈을 아무데나 많이 쓰는 어감(語感)이 있는데, 그것이 아니고 돈을 써야할 곳에 효율적(效率的)으로 쓰자는 말입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무상급식, 무상ㅇㅇ라고 하면서 그 찬반(贊反)에 각(角)을 세우고 여야가 복지전쟁(福祉戰爭)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돈이 많아졌는지 몰라도 이렇게 돈을 쓸 줄 모르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이 남아 돌아가면 그 나라가 예산집행을 잘 못하는 나라일 것이며, 돈이 모자라면 돈을 잘 못 쓰고 있는 나라일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울이라는 지방자치단체 한군데만 봐도 재원(財源)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하자는 사람들과 이러지 말자는 사람들과의 의견차이로 시정(市政)이 마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교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급식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모든 학생들에게 급식을 똑같이 하지 않으면 어떤 학생들은 "왕따"를 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서울에서 가정형편상 점심을 먹을 수 없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이들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해마다 필요할 것입니다. 이 재원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 부담액은 매년 상승할 것입니다.

그리고 돈이 많다면 무상급식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만 하고, 나머지는 달동네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시민들과 난방비 때문에 춥게 생활하는 노약자들을 지원하거나 낙후된 사회적 인프라 개선을 위해 예산을 더 많이 책정하는 것이 돈을 잘 쓰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소외된 노인들, 버려진 고아들, 끼니가 걱정되는 가정들, 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서울시내만 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 나아가면 춥고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동포들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 가을에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기도 좋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 때가 우리나라는 G20라고 해서 세계 주요 20개국 국가원수들이 서울에 와서 회의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돈이 많은 나라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폐지를 수집해서 수례에 실고 힘들게 끌고 가는 사람들, 심지어는 지하철 객실 내에서도 폐지를 모으느라고 바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특히 아침에는 지하철 화장실이 노숙자들의 안방처럼 사용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도(人道)와 차도(車道) 사이에 있는 하수구에서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인분냄새가 올라와 즐거워야 할 조국방문을 슬프게 했습니다. 돈이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겠다고 오랫동안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사회적 모순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돈이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잘 쓰느냐에 따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돈이 많지 않아도 선진국인 나라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한다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국가를 사회주의화(化)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이를 지향(指向)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열약한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개선, 교육, 그리고 가장이나 부모가 없는 어려운 가정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이들을 돕는 것은 무상급식보다 더 급선무입니다. 이들을 위해 돈을 쓴다고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집계한 공식국가채무가 2009년도 통계로 366조원으로 GDP의 35%였으며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확정채무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가가 보증하는 여러 가지 보증채무를 합하면 국가채무는 1,439조원으로 GDP의 140%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많은 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빚이 많아지면 또 IMF에 신세를 져야 합니다. 이러한 거대한 빚을 지고 있는 나라에서 복지(福祉)를 한다고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쓰겠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벌써 IMF를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일반 개인이 빚을 못 갚으면 감옥에도 가고 신용불량자로 낙인찍어 사회생활에 자유를 박탈하면서도 정부나 일반 국민들은 나라의 채무에 대해서는 불감증에 처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산다는 미국에도 무상급식을 합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여의지 못한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외 학생들은 학교에서 점심을 사먹던지 집에서 싸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함께 앉아서 먹습니다. 이들 부모나 학생들은 불만도 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잘난체도 하지 않습니다. 서로들 이해를 하고 이를 잊고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진국입니다.

저가 195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까 마지막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 갔던 때가 이제 반세기가 넘었지만, 점심시간에 오손 도손 앉아서 도시락을 먹던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돈은 잘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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