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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金 '조국 방문 꿈' 오늘 결판
작성자 : 관리자 / 출처 : 조선일보 / 작성일 : 2005-01-28

로버트 金 '조국 방문 꿈' 오늘 결판

한달전 “한국 보내달라” 신청, 美법원서 재판
작년 잇따라 부모 별세… “꼭 용서 빌고싶어”

[조선일보 탁상훈 기자]
“감옥에 있느라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한 부모님의 산소에 들러 불효(不孝)에 대한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조국을 위해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빼냈다가 7년6개월간 수형(受刑) 생활을 한 로버트 김(65·한국명 김채곤·金采坤)이 현지 관할 법원에 ‘한국 방문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허가가 날 경우 그는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기 직전인 199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게 된다.

로버트 김은 27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년 12월 말 관할 법원인 버지니아 동부 지방 법원(District Court of Eastern Virginia)에 한국 방문을 신청했다”며 “미국 시각으로 28일 오전 열리는 재판에서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것은 그가 지난해 7월 출소 이후에도 이동을 제한받는 ‘보호관찰’ 상태에 있기 때문. 그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은 거주지인 미국 버지니아주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해군 정보국(ONI)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던 1996년, 한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30여건의 국방기밀을 넘겨주면서 시작된 ‘시련’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태어난 땅을 다시 찾고픈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여수시(전라남도)의 바닷가 풍경과 마을 사람들…, 부모님 묘소를 찾아, 감옥에 갇혀 장례식조차 참석 못한 못난 아들을 용서해달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로버트김이 수감돼있던 2004년 2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같은 해 6월 그가 석방을 앞두고 발목에 전자감시장치를 찬 채 미국에서 가택 연금돼있을 때 유명을 달리했다.

로버트 김처럼 보호 관찰 상태에 있는 사람이 외국 방문을 신청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출국하려는 사람도 드물지만, 까다로운 법원의 심사로 승인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열정으로 고국 방문을 준비했다”고 했다. 감옥에서부터 직접 법률 서적을 뒤졌고, 출소한 뒤로는 하버드대 출신의 한국계 변호사를 선임해 6개월 넘게 자료를 수집하고 대응 논리를 마련했다.

“모범적인 수형 생활, 보호관찰 기간 중의 일상 등 지난 9년간의 제 모습을 법원 제출 서류에 다 적었습니다. 자식들(1남2녀)이 모두 미국에서 결혼해 사는데 굳이 해외로 도망가겠느냐는 논리도 폈습니다. 같은 마을의 교인들이 앞다투어 저를 옹호하는 편지를 법원에 보내준 것도 큰 힘이 될 겁니다.”

행운의 전조(前兆)인지 올 1월 초에는 해외 여행에 필요한 여권도 발급받았다. 해외 방문 허가보다는 쉬운 작업이었지만, 1996년 FBI에 연행되며 여권을 빼앗겼던 전력이 있는 그로서는 마음을 졸이던 일이었다. 덕분에 오는 28일 재판에 대한 그의 기대감도 커졌다.

그는 “2월 13일로 예정된 아버지의 1주기(周忌) 행사 참석을 위해서라도 꼭 방한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국을 찾을 때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인 부인 장명희(61)씨도 동행할 계획이다. 그는 “출소 이후,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간단한 점심과 산책으로 보내는 단조로운 일과도 집사람이 함께 있어 즐겁다”고 했다.

“마음을 졸이고, 때론 설레기까지 합니다. 마치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 마음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부디 고국에서 도와준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탁상훈기자 if@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