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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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통하여

작성자 : l3386972 /

작성일 : 2004-07-27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주부입니다. 로버트 김 사건에 관심이 많아,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꼼꼼하게 챙겨본다고 봤는데 후원회가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듯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볼 때마다 결론은 역시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타까운 세월 동안 옥중에 갇혀 고생하는 '그분'을 까맣게 잊었거나 '잊은 척 하는' 정부를 볼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하기도 창피합니다. 대를 이어 하는 양이 정말 불쌍할 따름입니다. 그들이 정치가이건, 정치꾼이건, 정책을 논하고 집행하는 자들이건 간에, 명색이 국민을 대표하는, 그래도 엘리트라는(진짜 엘리트들께 죄송!) 집단임에 분명할진대 어쩌면 그리도 머리들이 나쁘고 용기도 없으며 신념도 주관도, 하다 못해 똥배짱도 없는지... 뭐랄까, 부모 말귀 하나 못 알아들으면서 지 입에 들어가는 것에만 관심이 많은, 좀 덜 떨어진 자식을 보는 어미 마음처럼 자꾸만 가슴이 아픕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 집안 식구들에게만 큰 소리를 치고, 걸핏하면 아내, 자식 구타하는 가장이 집 밖에서는 남의 말에 얇은 귀 들이대고 앉아 돈 뜯기고 사기 당하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어디 로버트 김 선생님의 경우만이겠습니까? 최근의 김선일 씨 사건까지를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외국에 잠깐만이라도 나가 본 사람은 '한국이 정말 정부가 있는 나라인지' 의아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지난 역사 동안 강대국들의 눈칫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아 남는 방법으로는 적당히 눈치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유전적으로 체득했나 봅니다. 위정자로 데뷔하는 사람들은 말입니다.
서두가 너무 장황했습니다만,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은, 앞으로 우리가 50년 뒤, 백 년 뒤에라도 제대로 된 정부 밑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철저하고 정밀한, 제대로 된 교육을 아이들에게 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인재는 많은데, 왜 협상테이블에서는 매번 밀리기만 하는지, 강대국들과의 문제만 불거지면 뒷걸음질부터 하려 하는지, 식구끼리는 물고 뜯고 피터지게 싸움도 잘 하더니만 밖에만 나가면 비실비실 기운을 못 쓰는지, 제 백성이 죽는다고,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그건 정부 차원의 일이 아니다'고 일축하는 습관성 발뺌이 어찌 그리 몸에 배였는지, 그러면서도 그 모든 행위는 '국익을 위해서'라지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모든 문제들이 교육이 잘못된 데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로버트 김 선생님같은 사람을 키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요는 시험에만 능한 기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정말 인재다운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입니다. 교육의 문제야 늘상 논하던 과제이지만 정책적인 차원을 떠나 우리 개개인이, 특히 저처럼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소신있고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펴는 의로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에 일차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교육정책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때는 만 가지 모순과 맞서 싸우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다시는 제2의 로버트 김이 나오지 않도록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 또다시 이런 정부를 복제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오늘 로버트 김 선생님이 우리에게 정말 원하시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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