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후원회 - 우리는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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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부러운 미국의 선거문화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8-11-12

초선인 오바마(47) 연방 상원의원이 자신의 6년 임기를 마치기도 전인 4년 만에 제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되던 날 밤, 저는 개표상항을 보기 위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전과자라 아직 투표할 권리가 없지만, 이번 선거에 다른 사람처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어려운 국내외 경제 문제와 명분 없는 해외 전쟁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라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 서부보다 3시간이 앞서는 동부의 출구조사가 먼저 집계가 시작되어 오바마 후보의 선거인단 수가 확보되면서 멕케인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있었습니다. 그 후 30분 후 오바마 당선자가 준비된 단상에 가족을 대동하고 나와 대통령으로서의 선거공약을 다시 확인한 후 멕케인 후보는 위대한 경쟁자였다고 하면서 승리를 선포하는 연설까지 듣고 나니 자정이 훨씬 지났습니다.

이번 선거는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도 사상 최다이지만, 젊은 층의 참여도가 높았고 유색 인종의 후손이 세계를 이끌어 갈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백인들만이 할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관념을 철저히 배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Change),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라는 이번 민주당의 구호를 성취한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이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후 140년, 그리고 흑인인 마틴루터 킹 목사가 "I have a dream."(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We shall overcome."(우리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이라는 연설을 한지 45년 만에 아프리카의 케냐 사람 아버지와 백인여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와이 출신 버락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세계의 대통령인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의 대선은 총 득표수(popular votes)가 당선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고 각 주 인구에 의해 배정되는 선거인단(electoral votes)의 수가 과반이 넘어야만 대통령으로서 당선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이 확보되면 당선이 되는데, 오바마 후보는 349명을 얻음으로써 차기 대통령으로서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렇게 선거인단 제도를 두는 것은 미국은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각주에서 과반수를 얻은 정당의 선거인단이 워싱톤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각 주(洲)의 의사를 받아드린다는 의미로 이 제도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유권자들이 오바마에 투표했지만, 오바마를 뽑은 것이 아니고 오바마를 선출할 선거인단이 속한 정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2004년 대선에서는 고어 후보의 득표수가 부시 후보보다 더 많았으나 선거인단 수가 모자라 패배했습니다.

미국의 투표일은 휴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은 직장에 가기 전에, 혹은 일을 마치고 귀가 중에 투표를 합니다. 그리고 상하의원 투표와 지방의원 투표도 이날 함께 실시합니다. 한국처럼 대선과 총선을 다른 날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날 실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표하는 날을 쉬는 날로 정해서 투표도 안하고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양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가 그들의 의무이며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투표일에 한 표를 행사하고자 투표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새벽부터 장사진을 친 곳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자가 승리를 선포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자 나온 수십만의 시카고(오바마 출신구역) 시민들, 그리고 개표상항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 중에 오바마 지지자들은 오바마 후보의 득표수가 올라갈 때마다 환호를 하면서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을 TV는 자주 비춰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으나 차도는 점거하지 않았으며 촛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국의 대선 후 오랫동안 혼잡했던 서울 거리를 생각하면서 법질서를 잘 지키는 미국시민들, 그리고 잡음 없고 평화스러운 미국 선거문화가 부러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된 멕케인 후보는 그의 패배승인 연설에서 “오바마 의원은 여태까지는 나와 경쟁하였지만, 지금부터 그는 나의 대통령이며 여러분들의 대통령”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국가를 위해 한 봉사자로 남을 것이며 지나간 일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미국을 위해 함께 일해 줄 것을 지지자들에게 당부 했습니다.

이처럼 깨끗한 낙선자 자세를 보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패배자가 되었지만, 승리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고어 후보도 그랬지만, 선거법을 존중하고 패배를 겸허히 수락하는 후보들의 자세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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